<나르코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콜롬비아 마약왕의 광란의 폭주극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르코스를 이제야 봤어이로써 내가 본 TV시리즈가 214편째가 됐지만 과연 대중적으로 재미있다고 인정받은 작품은 실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웰메이드 드라마이자 브레이킹 배드 이후 가장 볼만한 범죄 드라마였다. 또 비영어권의 낯선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존재 의미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스포는 최대한 자제했고 나도 아직 두 시즌째 보고 있는 중이라 별로 스포할 게 없다. (웃음)이 드라마는 실제로 80년대 전 세계를 호령했던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전성기말년을 그리고 있다.그의 조직은 마이애미를 거점으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코카인의 80%를 점령했다고 하며 80년대 후반 그의 추정자산은 3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아무리 자금이 썩어도 자금 세탁을 한다. 콜롬비아의 땅 곳곳에 메워둔 돈이 1년에 10%씩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쥐가 갉아먹었기 때문이라니.(임시 집에 장작이 없어 현금을 땔감으로 쓰는 모습도 나온다.) 그런 엄청난 재력과 사업 수완을 지녔고 극악의 폭력성과 잔인함까지 갖췄지만 그의 지시로 죽어간 사람은 5000여 명. 대상도 경쟁자인 카르텔의 조직원부터 경찰 판사 정치인 민간인까지 광범위하다. 희대의 폭군임에 틀림없다.이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경찰 당국의 추적 쫓기는 탈주극을 미국 DEA(마약단속국) 요원 머피 페냐를 앞세워 다뤘다.희대의 폭군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히틀러 같은 대학살을 일으킨 미치광이 폭군이었다.자신의 앞길을 막으면 경쟁 조직원이든 정재계 인사든, 경찰이든 판사든 가차 없이 죽이고 비행기를 폭파하고 민간인이 있는 거리에서 폭탄도 터뜨렸다. 그야말로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다만 히틀러와 다른 점은 엄청난 가족애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다는 점이다.남미인 특유의 그렇겠지만 죽어가는 전쟁에서 가족만큼은 외국으로 도피시키려고 사방팔방으로 노력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또 자신이 자란 마을 메데인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학교, 병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동안 파블로는 서민의 로빈후드로 불리며 메대인 주민의 비호 아래 숨어 살기도 한다.한편으로는 이상하다. 재산이 수십조인 세계 7위 대부호라면 뭘 하겠나? 여기저기서 쫓기며 도망치고, 비몽사몽간에 뛰쳐나와 수십 차례 가족과 도주극을 벌여야 했는데.집이 수십(?) 있었지만 도주 당시 임시 거처로 살았으니 목적은 달성한 듯하면서도 그 많은 돈이 있어도 선뜻 누리지 못할 운명이었으니 그 인생은 참 아이러니컬하다.또 수천 명을 파리 목숨처럼 날려 보내고도 본인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적 캐릭터가 아니라 300세까지 살고 싶다니, 목숨을 가지려고 택시 트렁크에 숨는 등 이중성 때문에 그의 캐릭터는 더욱 복잡해지지만 결국 그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인 것 같다.정신 나간 미치광이 테러리스트임에 틀림없지만 어떤 때는 카리스마가 있고 위엄이 있어 보였는데 어떤 때는 안쓰럽고 불쌍하고 대부분 갈가리 찢어 죽여도 모자란 놈처럼 보인다.주인공 캐릭터가 이렇게 강하면 그걸 표현하는 데만 치중하다 다른 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다 잘됐다.다른 캐릭터들도 입체적으로 잘 표현됐고 스토리와 연출도 좋았다.빠른 전개와 다큐멘터리식 구성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줄거리 전개가 빠르다는 것이다.물론 경찰이 에스코바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실수, 실패극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횟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잡아당기는 식의 지루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드라마는 머피 요원의 독백으로 진행되며 그의 유머러스한 낭독이 고전적이지만 몰입감이 좋다.예를 들면, "~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완전히 실패였다." 이 방식은 대성공이었다는 식으로 먼저 결말을 알리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다.게다가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삶은 영화보다 영화 같고 과장됐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그가 출세하고 생각보다 일이 부족했을 때(?)가 되기 위해 정계에 진출한 일화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메디인 서민층에 대한 지지가 높다지만 도대체 어떤 나라가 마약상을 정치인으로 지원하는 것일까. 그것도 불과 80년대에. 그런데 항상 현실이 영화보다 더 황당하다고 했던가?이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지난 세기 화질의 실제 자료화면이 나와 이것이 실화임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와 동시에 얼마나 심각한 시대였는지도.드라마인 만큼 각색과 허구가 있겠지만 이처럼 사실 고증에 능해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혼돈의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이곳에선 모두가 폭력과 살인에 노출돼 있다.마약 카르텔 조직원뿐 아니라 경찰까지 맞불 작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동료 수십 명을 잃은 경찰이 에스코바르를 비호하는 동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그놈을 위해 일하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겠다며 총으로 머리를 날려 버리는 모습은 충격적이다.아이들은 파블로를 배신해도 살해당하고 그 사람 편에서도 죽임을 당할 운명이다. 국가와 체제가 만든 가혹한 운명은 테러단체 소년병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폭력에는 폭력으로 응수하고, 살인에는 살인으로 응수한다. 에스코바르 소유의 메데인 카르텔을 막기 위해서라면 경찰은 경쟁자인 카르텔이나 극악무도한 우파 자경단과도 손을 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측근들을 발가벗겨 고문하거나 때려죽이는 일은 식은죽 먹기다.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죽든 마지막 파블로가 죽었을 때 내려다보는 것은 우리(경찰)여야 한다는 대사 그대로다.전면전이라면 대통령조차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피를 본다는 뜻이다. 아니, 사실 대통령이 폭력에 가장 열심이다. 찌릿찌릿하지 않을 뿐. 거기에 아무도 인권은 없다. 그야말로 무법천지다.머피·페냐 요원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도 '드라마가 오히려 순화된 감이 있다'고 할 정도로 실제로는 더욱 지옥도였다고 한다.태어났을 때부터 살인과 폭력이 난무했던 환경이라면 어떨까. 인생의선택지가별로없죠? 그래서 그들도 다 불 테니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애걸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위험해진 거고.그 많은 악행을 저지른 포악한 범죄자를 정보제공 조건하에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것도 기가 막힌다. 미국이 쓰레기 처리장도 아니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은 국제경찰로서의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 데 공감하면서도 이 모든 일이 결국은 미국인들이 코카인을 과다하게 사용한 데서 비롯됐으니 실로 어느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느꼈다.최근에는 콜롬비아의 치안이 호전됐다지만 이 드라마 촬영 중 스태프가 마약 카르텔에 총살됐다는 기사를 보고 대물림이 사라지려면 더 오래 걸려야 한다. 싶어서 아쉬웠다.아무튼 꽤 사실적인 죽음과 살인에 대한 묘사가 있다. 유혈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결국 전쟁의 희생자는 무고한 사람들=항상 전쟁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다.정말 무고한 것인지는 신이 판단하지만 어느 시점까지는 무고한 민간인이나 피래미 조직원들이 죽어 있을 뿐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 주변 사람들은 운이 좋다.경찰은 항상 뒤늦게 에스코바르는 한발 빠르게 대처한다. 실제로 그랬을지 모르지만 경찰은 꽤 답답한 순간을 많이 연출하고 있다.그리고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 직후, 에스코바르는 가장 미친 듯이 폭주하다. 민간인에게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비행기를 폭파하거나 자신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메데인 주민과 서민들이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애당초 공짜 범죄자에게 경외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배움이 얕고 살벌한 서민이 자신들에게 살 터를 마련해 준 사람에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모든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역사의 한 순간에 적절한 때가 없는 것 같다.내가 에스코바르였다면 내 지위가 무너질 때 유일하게 나를 지지해 준 계층을 배신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판단이 가능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대량살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역시 모든 일은 그렇게 일어나는 것 같아▲배우들의 엄청난 연기 이 드라마의 출연배우들은 머피 역의 보이드 홀브룩, 페냐 요원 역의 페드로 파스칼 외에는 모두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보이드 홀브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레데터스>에서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트레반테 로즈와 팀을 이뤄 사냥하는 군인으로 나와서 기억하고 있고, 페드로 파스칼은 찰리 하넴 주연의 <트리플 프런티어>에서 보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남미 배우 중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을 만하다.그 외에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하는 현지 배우들 같지만 덕분에 현장감이 배가됐다. 엑스트라들까지 현지인다운 인물들로 구성돼 위화감이 하나도 없었던 덕분에 몰입도가 높았다.대부분의 미국 제작 영화는 스페인 배우를 초청해도 영어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드라마는 미국 정부 요원이 나오는 부분 외에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제대로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것 프랑스 감독이 제작한 미국 영화 <에네미 앳 더 게이트>에서 영국 발음을 구사하는 소련 병사가 주인공인 것이 그 영화 자체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우리 시대에 보기에는 위화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바그너 모라의 파블로 에스코바르 싱크로율은 뛰어났다. 이따금 나오는 자료화면에서 에스코바르의 걸음걸이, 표정과 거의 비슷했다.이 밖에 주변 인물이나 단역에 나오는 캐릭터조차 연기가 뛰어나 보는 즐거움이 두 배였다.잠을 잘 준비를 해서 만든 드라마라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를 본 몰입도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별 흠이 없는 드라마였다.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보면 생명이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세 번째 시즌을 거기에 통째로 할애할지, 말이 수그러질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빨리 2시즌을 마치고 이번 주 안에 3시즌을 달려봐야 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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